서른 여덟의 시작

또다시 생일이다

38번째 맞는 이번 생일의 아침은 좀 특이하게 시작했다. 두 세시간 쪽잠을 자고 일어나서 정신없이 다시 짐을 싸고, 아테네 도심가에서 남서쪽에 위치한 Pireas 항구에서 산토리니로 향하는 배를 탔다. 페리라고 하기에는 정말 큰, 크루즈 정도 되는 크기의 거대한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가면서 생일을 맞이하는 것도 나름대로 운치있는 듯… 31살 때부터였던가? 20대 때에는 재미있던 생일 파티라는게 지겨워지기 시작하면서, 생일 파티 대신, 생일 때마다 안 가본 곳을 여행하겠다고 마음 먹고서는, 32살 때에는 이태리 투스카니 시골의 한 마을에서, 33살 때에는 시애틀에서, 34살 때에는 시카고에서 맞이한 생일지난 두 해에는 사정상 건너 뛴 만큼 올해 만큼은 꼭 안 가본 어딘가를 가보고 싶었다. 그리스를 선택한 건, 그야말로 막판에 한 결정…  꼭 아테네나 산토리니를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없었다. 그냥이번 생일에는 정말 특별하게 내가 나에게 좋은 시간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중학교 때 처음으로 세계사를 배우면서 정말 푹 빠졌던 그리스의 역사그때부터 꿈꿔왔던 그 곳에 진짜 왔구나

2017 6 8일에서 9일로 막 넘어가던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간, 항구 근처의 칵테일 바에서 생일 축하 건배를 하면서, 같이 여행중인 친구 미구엘이 내게 물었다

너는 38살에 이루고 싶은게 뭐야?” 

.. 글쎄내가 38살에 이루고 싶은 뭘까?

나의 37살은 정말 지독히도 너무 길었다. 그야말로 다사다난 했던 한 해하지만 그래서 그만큼 또 더 기억에 남고 특별했던 한 해나의 38살은 그냥 내가 나에게 휴식을 주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큰 계획 없이, 큰 목표 없이, 물 흐르듯이 한번 살아보고 싶은, 그런 한 해라고나 할까? 그동안 너무 치열하게, 너무 열심히 살았으니까, 그냥 조금은 쉬엄쉬엄 가면서, 여유있게 즐기면서, 그렇게 천천히 내 자신을 더 알아가고, 하루 하루의 소중함과 행복함을 더 알아갈 수 있는 그런마치 아주 긴 봄 방학 같은,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서른 아홉 혹은 마흔이 되었을 때 더 힘차게 새학기를 시작할 수 있게, 그런 소중한 휴식과 재충전이 될 수 있는 그런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지

사랑하는 친구들 그리고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 보내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명상도 꾸준히, 운동도 열심히, 요리도 더 자주 해서 건강히 먹고, 피아노도 꾸준히 치고 작곡도 틈틈이 하고, 스페인어도 이왕 시작한거 계속 배워야지그리고 무엇보다 나만의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놀아야지

Still wondering and wandering… 1 전부터 시작된 여행과 방황, 그리고 속에서 많은 것들을 배워 나가는 시간그런 시간을 계속 이어나가는 그런 서른 여덟살의 내가 같다. 1년이 지난 후의 나는, 어디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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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anderer Who Won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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